밀랍으로 세계를 녹인 여인…14살 소녀의 손끝에서 시작된 예술 혁명

"돌이 아닌 밀랍으로 세계 미술계를 사로잡았다."

프랑스 파리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밀랍 조각가 모나 오렌(Mona Oren)이 국제 미술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재료인 밀랍을 이용해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그녀는 최근 청주공예비엔날레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하며 한국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오렌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작품이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조각가들이 돌과 금속, 목재를 선택할 때 그녀는 가장 연약하고 쉽게 변형되는 재료인 밀랍을 선택했다. 녹아내릴 수밖에 없는 물질을 통해 인간의 기억과 시간, 존재의 흔적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예술 인생은 14살에 시작됐다. 어린 시절부터 예술적 재능을 인정받았던 오렌은 파리 조형예술대학에 입학한 뒤 처음 밀랍을 접했다. 손안에 쥔 작은 밀랍 덩어리로 꽃잎을 만들었던 순간은 이후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는 같은 재료를 손으로 만지며 작업한다. 기계나 디지털 기술이 아닌 자신의 손끝 감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오렌은 자신을 단순한 기술자가 아닌 예술가라고 정의한다.

"나는 손으로 생각하고 손으로 기억하는 사람이다."

그녀의 작업실에서는 밀랍이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언어가 된다. 온도에 따라 부드러워지고, 시간이 지나면 형태가 변하는 밀랍은 인간의 삶과 닮아 있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은 완벽한 조각이라기보다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최근 열린 국제 워크숍에서도 관람객들은 그녀의 작품 앞에서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섬세한 질감과 빛을 머금은 표면은 마치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듯한 경험을 선사했다.

현대미술이 점점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으로 이동하는 시대. 모나 오렌은 오히려 가장 원초적인 방법으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손으로 만지고, 손으로 빚고, 손으로 기억하는 예술.

밀랍은 언젠가 녹아 사라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남긴 감각과 기억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