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같은 필체로 감정을 그리다…민준성 작가의 회화 세계

작가의 화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특유의 필체다. 붓은 대상의 윤곽을 또렷하게 고정하기보다 흐르고 번지며 화면 위를 유영한다. 그 결과 작품 속 장면은 정지된 풍경이라기보다 순간의 공기와 기운을 담은 장면처럼 느껴진다. 관람객은 그림을 보는 동시에 바람이 지나가는 듯한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감지하게 된다.

민준성 작가의 작업은 자연을 그대로 묘사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오히려 자연이 만들어내는 기운과 흐름, 그리고 감정의 결을 포착하는 데 가까운 회화다. 때로는 구체적인 형태가 희미해지기도 하지만, 그 대신 화면 전체를 감싸는 분위기와 리듬이 더욱 또렷하게 살아난다.

이 같은 표현 방식은 현대 회화에서 점점 중요하게 이야기되는 ‘감각적 회화성’을 보여준다. 작가의 붓질은 대상의 설명을 줄이고, 대신 색과 선의 흐름을 통해 감정을 전달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풍경이면서 동시에 추상적 감각을 지닌 회화로 읽히기도 한다.

특히 그의 필선은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자유롭게 흘러가는 선 속에는 오랜 시간 축적된 감각과 균형이 담겨 있다. 화면을 채우는 색과 붓질의 리듬은 자연의 호흡을 닮아 있으며, 그 속에서 관람객은 정적인 이미지가 아닌 살아 있는 움직임을 경험하게 된다.

민준성 작가의 회화는 결국 풍경을 그리는 작업이라기보다 공기와 감정을 그리는 작업에 가깝다. 바람처럼 지나가는 붓질 속에서 자연의 움직임과 인간의 감정이 함께 스며든다. 그 때문에 그의 작품은 특정 장소를 보여주기보다, 보는 이의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으로 남는다.

조용하지만 살아 있는 화면.

민준성 작가의 회화는 풍경을 넘어, 바람처럼 흐르는 감각의 회화로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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