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캣이 넘치는 미술시장, 도마 위의 그림들은 왜 닮아가는가
카피캣이 넘치는 미술시장, 도마 위의 그림들은 왜 닮아가는가
도마의 세계에는 기준이 있다.
수십 년 동안 나무를 다뤄온 장인은 나이테의 방향을 보고, 건조 상태를 보고, 칼자국이 남는 방식까지 고려한다. 좋은 도마와 나쁜 도마는 분명히 구분된다.
그런데 미술시장은 어떨까.
최근 아트페어와 SNS를 둘러보면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작품들이 넘쳐난다. 색감도 비슷하고, 구도도 비슷하고, 심지어 소재와 이야기까지 비슷하다.
한 작가가 유명해지면 비슷한 작업이 쏟아진다.
어떤 작가가 에에브러쉬를 그려 성공하면 에어브러쉬가 넘쳐나고, 달항아리가 잘 팔리면 달항아리가 넘쳐나고, 캐릭터가 팔리면 캐릭터가 넘쳐난다.
마치 유행하는 메뉴를 따라 만드는 프랜차이즈처럼 말이다.
물론 예술은 영향을 받으며 발전한다.
모든 작가는 선배 작가에게 영향을 받고, 미술사 역시 영향과 변형의 연속이었다.
문제는 영향이 아니라 복제다.
자신의 언어를 만들기보다 이미 검증된 성공 공식을 따라가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답은 간단하다.
시장 때문이다.
SNS는 짧은 시간 안에 눈에 띄는 이미지를 원하고, 아트페어는 판매 가능한 이미지를 원한다. 갤러리는 검증된 스타일을 선호하고, 일부 컬렉터는 새로운 시도보다 익숙한 작품을 선택한다.
결국 젊은 작가들은 질문하게 된다.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릴까, 아니면 팔리는 것을 그릴까."
그리고 많은 이들이 후자를 선택한다.
그 결과 미술시장은 점점 더 화려해지지만, 역설적으로 점점 더 비슷해지고 있다.
진짜 예술은 위험을 감수하는 데서 시작된다.
남들이 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실패할 수도 있는 작업을 밀어붙이는 용기에서 탄생한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은 독창성보다 안전한 모방에 더 큰 보상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예술은 원래 새로운 길을 만드는 사람들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가 만든 길 위에 같은 발자국만 반복해서 찍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완판 스티커는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지금 미술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작품들 가운데, 10년 뒤에도 기억될 작품은 과연 몇 점이나 될까.
예술은 판매량으로 남는 것이 아니다.
결국 시대를 남기는 것은 가장 많이 팔린 그림이 아니라, 가장 먼저 자신의 언어를 만든 작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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