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판의 환상, 미술시장은 정말 작품으로 평가받는가

아트페어가 끝나면 늘 비슷한 기사들이 쏟아진다.

"개막 첫날 완판."

"전 작품 판매."

"컬렉터들의 뜨거운 관심."

겉으로 보면 한국 미술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활동하는 많은 작가들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정말 그렇게 그림이 많이 팔리나요?"

미술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거래의 투명성이 낮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처럼 거래 가격이 공개되지도 않고, 부동산처럼 실거래가를 확인하기도 어렵다. 누가 얼마에 샀는지, 실제 구매자인지, 재구매인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 틈에서 '완판 작가'라는 신화가 만들어진다.

작품이 좋아서 팔리는 경우도 물론 있다. 그러나 일부 시장에서는 서로의 작품을 구매해 주거나, 지인을 통한 거래를 만들거나, 작품을 회수하면서도 판매된 것처럼 홍보하는 사례가 끊임없이 회자된다.

일명 '돈 넣고 돈 먹기'다.

A가 B의 작품을 사고, B가 C의 작품을 사고, C가 다시 A의 작품을 사는 구조다. 겉으로는 모두 판매 실적이 생긴다. SNS에는 빨간 딱지가 붙고, 언론에는 완판 기사가 나온다.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신인 작가는 불안해진다.

"나만 안 팔리는 건가?"

컬렉터는 착각한다.

"다들 사니까 좋은 작품인가 보다."

결국 작품성보다 마케팅이 앞서고, 실력보다 판매 이력이 가치의 기준이 되는 기형적인 시장이 만들어진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미술을 투자 상품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점이다.

예술은 원래 감동과 사유를 나누는 행위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작품 자체보다 "몇 점 팔렸는가", "얼마에 팔렸는가", "완판했는가"가 먼저 언급된다.

마치 미술이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수익률 경쟁의 대상이 된 것처럼 말이다.

진짜 위험한 것은 완판이 아니다.

완판이라는 단어가 만들어내는 착시다.

모든 완판이 거짓은 아니다. 실제로 뛰어난 작품성과 꾸준한 활동으로 시장의 평가를 받는 작가들도 많다. 하지만 완판이라는 결과만으로 작품의 가치를 판단하는 순간, 미술은 숫자에 갇히게 된다.

미술시장이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판매량보다 작품을 이야기해야 한다.

얼마에 팔렸는지가 아니라 왜 좋은 작품인지.

몇 점이 판매됐는지가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예술의 가치는 거래내역서가 아니라 작품 앞에 선 관람객의 마음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누군가는 완판을 자랑한다.

하지만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그 작품은 과연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는가. 아니면 판매 기록만 남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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