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다양성 거점 도시 운영 재단 로고.(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역문화 정책은 해마다 더 풍성해지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문화재단은 축제, 전시, 공연, 체험 프로그램, 예술교육 사업 등을 활발하게 추진하며 지역의 문화적 활력을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겉으로 보면 지역문화는 어느 때보다 다채롭고 역동적이다. 그러나 사업이 끝난 뒤를 돌아보면 질문이 남는다. 과연 지역에 무엇이 남았는가.

지금의 지역문화 정책은 대체로 ‘얼마나 많이 했는가’를 중심으로 성과를 판단한다. 몇 회의 행사를 열었는지, 몇 명이 참여했는지, 언론 보도가 몇 건 나왔는지, 예산 집행률은 어떠한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물론 이러한 수치는 사업의 외형을 보여주는 데 필요하다. 하지만 지역문화의 진짜 성과는 단순한 개최 횟수나 일시적 참여 인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문화정책의 핵심은 행사를 한 번 잘 치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업이 지역 안에 어떤 관계와 구조를 남겼는지에 있어야 한다.

실제로 많은 지역문화 사업은 이벤트로 끝난다. 축제가 끝나면 광장은 다시 비고, 전시가 끝나면 공간은 닫히고,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참여자들은 흩어진다. 사업 기간 동안에는 활기가 넘쳤던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몇 달이 지나면 지역에는 남는 것이 거의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지역 예술인과 주민이 장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창작공간이나 커뮤니티가 유지되지 못하며, 참여 경험이 다음 활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은 우리 지역문화 정책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이제는 평가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 ‘행사 수’가 아니라 ‘잔존율’을 물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잔존율은 사업이 끝난 뒤에도 지역에 남아 있는 문화적 흔적과 지속 가능성을 뜻한다. 예를 들어 사업 종료 후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그 공간이 계속 운영되고 있는지, 참여자 모임이 자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지역 예술가에게 실제 창작 기회나 수익이 연결되고 있는지, 주민과 예술인 사이의 관계망이 유지되고 있는지, 후속 프로젝트가 자생적으로 생겨났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지역문화 정책이 진짜 지역에 뿌리내렸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지역문화는 본래 시간이 필요한 영역이다. 한 번의 행사로 공동체가 만들어지지 않고, 한 번의 지원으로 문화생태계가 완성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짧은 기간 안에 눈에 띄는 실적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문화정책은 주민의 삶 속에 스며드는 인프라가 아니라, 보고용 성과를 만드는 사업으로 축소되기 쉽다. 결국 지역문화는 ‘지속’보다 ‘연출’, ‘축적’보다 ‘소비’의 논리에 끌려가게 된다.

정책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첫째, 단년도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후속 운영까지 고려한 다년형 지원 체계를 확대해야 한다. 둘째, 공간 운영, 커뮤니티 유지, 지역 창작자 네트워크 형성처럼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지속성에 핵심적인 요소를 평가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셋째, 정량 지표 중심의 평가를 넘어 사업 종료 이후의 변화까지 추적하는 사후 평가 체계를 정착시켜야 한다. 보여주기 좋은 행사보다 오래 남는 구조를 만든 사업이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지역문화 정책은 단지 지역을 잠시 떠들썩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사람을 남기고, 공간을 남기고, 관계를 남기고, 다음 활동의 가능성을 남기는 일이다. 이제는 묻는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몇 번 열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남았는가. 지역문화의 성과는 행사 당일의 열기보다 사업 이후의 지속성에서 판가름 난다. 지역문화 정책의 진짜 성공은 무대가 끝난 뒤에도 지역 안에서 문화가 계속 살아 움직이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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