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유영국, 탄생 110주년 기념 대규모 회고전 개최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이자 거장으로 평가받는 유영국(1916~2002)의 예술세계를 총망라한 대규모 회고전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유영국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자리로, 작가의 초기 실험작부터 말년 작품까지 60여 년에 걸친 작품 세계를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다.

전시장에는 유화 작품 115점을 비롯해 드로잉, 사진, 자료 등을 포함한 총 178점이 소개된다. 특히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미공개 작품 15점이 처음 전시돼 미술계와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영국은 평생 ‘산’을 주요 모티프로 삼아 자신만의 추상세계를 구축했다. 새벽의 산, 푸른 산, 붉게 물든 산, 어둠 속의 산 등 자연 속 산의 이미지를 단순한 풍경이 아닌 색과 형태의 조형 언어로 재해석하며 한국 추상미술의 독창적 영역을 개척했다.

전시는 1964년 첫 개인전 출품작을 시작으로 일본 유학 시절 제작한 초기 실험작, 1960~70년대 기하학적 추상작, 그리고 말년의 대표작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됐다.

특히 일본 유학 시절 영향을 받은 입체주의와 구성주의 경향의 작품들은 유영국 예술세계의 출발점을 보여준다. 이후 작가는 강렬한 원색과 단순화된 기하학적 형태를 통해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발전시켰으며, 후기 작품으로 갈수록 형태는 더욱 단순해지고 색채는 깊이를 더해간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전시실에 배치된 대형 작품 ‘산-블루’와 ‘산-레드’다. 두 작품은 유영국이 평생 탐구해온 산의 형태와 색채가 집약된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선과 색은 실제 산을 넘어 무한한 공간과 자연의 본질을 사유하게 만든다.

유영국은 생전 수차례 큰 수술과 병마를 겪으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다. 매일 정해진 시간 작업실로 향해 그림을 그렸고, 그 치열한 창작의 시간이 오늘날 한국 추상미술의 중요한 유산으로 남았다.

이번 전시는 한 예술가가 평생에 걸쳐 구축한 예술적 여정을 따라가며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와 추상회화의 발전 과정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다.

전시는 오는 10월 25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사진=유영국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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